작년 세전이익 19.4조…순이자마진 10bp 인하내려
은행별 이익 평균 10% 감소, 올해 전략 재수정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사상 첫 '0%대' 금리시대에 들어서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우려도 팽배해졌다. 최소 2조원에 가까운 세전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5%포인트 내린 후, 국내 은행들은 시장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긴급회의를 실시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앞서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후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우리금융은 경제·금융산업 영향도와 리스크 분석, 자회사별 리스크 관리를 실시해 필요시 경영전략과 재무관리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은 올해 보수적인 목표를 잡았음에도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되자 사업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기준금리 인하 폭이 결정되면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은행들의 셈법이 더욱 분주해진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에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세전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순이자마진(NIM)이 10bp 떨어지면 은행들의 세전이익은 평균 10%, 20bp 떨어지면 평균 25% 줄어든다"며 "기준금리 인하 폭 50bp 그대로 시장금리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순이자마진에는 10~20bp 정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세전이익(순이익+법인세)은 19조4000억원이다. 여기에다 시장금리가 0.5%포인트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국내 은행들의 세전이익은 최소 1조9400억원에서 최대 4조8500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서 연구원은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어느정도 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다"며 "대출이 어느정도 늘어나는지, 은행들이 방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등 요인이 시장금리 인하폭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은행들은 작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NIM이 크게 떨어졌다. 작년 4분기 신한은행의 NIM은 전년 동기보다 15bp 하락한 1.46%를 기록했다. 사정은 다른 은행들도 비슷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NIM이 1.61%로 9bp, 우리은행은 1.44%로 8bp, 하나은행은 1.41%로 0.15%포인트 떨어졌다. 이들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 3개월 동안에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40bp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들이 작년 말 보수적으로 설정해놓은 순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올해 순이익 목표를 작년(2조3292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도 올해 순이익 목표(2850억원)를 작년보다 8.5%나 낮췄다. DGB대구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치를 2800억원으로 전년(2823억원)보다 소폭 하향했고, 광주은행은 작년과 거의 비슷한 1760억원으로 설정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돼 예대마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며,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활동이 기업들의 부실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올해 은행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