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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자력없어지니 사람도 끊기고...보름대목장에 찬바람만 도니더"

기사입력 : 2020년02월08일 13:35

최종수정 : 2020년02월08일 13:35

울진 정월대보름 대목장...햇나생이 위로 '계란 노른자같은 햇살'만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8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은 울진, 영덕 등 동해연안 지방에서는 농사, 해사(海事) 등 한 해의 생업을 앞두고 행해지는 우리 전통 명절 중의 마지막 세시의례이다.

때문에 울진과 영덕사람들, 특히 바다를 텃밭으로 삶을 꾸려 온 동해연안 해촌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을 '설' 보다도 더 크게 여기는 음력 이월초하루에 드는 '영등'과 함께 '설 명절보다 더 큰' 2대 명절로 여겨져 왔다.

'신종코로나' 여파와 '탈원전정책'에 떼밀려 예정됐던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지역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경북 울진의 정월보름 대목장의 썰렁한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마을마다 한 해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마을총회를 갖고 마을 주민들 모두가 보름 음식을 나누며 윷놀이로, 줄댕기기로, 풍물을 울리며 풍성한 신명판을 만들었다.

'설'과 '추석'이 '조상모시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족 혹은 문중 중심의 세시인 반면 '정월대보름'과 '단오' 등은 생업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세시이기 때문이다.

정월 보름은 바로 한 해의 생업을 위한 노동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인 셈이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7일, 보름 대목장이 열린 울진읍장은 예년과 달리 썰렁한 모습이다.

정월보름 대목장이 선 울진읍 전통장시인 바지게시장[사진=남효선 기자]

지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중국 우한 발 신종코로나'의 여파가 현재까지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영남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분위기이다.

"사람들이 없니더. 코로난지 사스때문인지 사람들이 당최 바깥으로 안나오니더"

대목장 아침부터 오징어전을 펼쳤다는 김씨는 하루해가 다 가도록 오징어 세 손을 팔았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울진읍장으로 들어서는 어귀마다 난전을 펼쳐 놓은 장꾼들도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찬바람에 얼굴을 목도리로 꼭 쌔맨 채 연신 손만 비비고 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울진에는 원자력이 없어지면서 장터바닥에 사람이 하나도 없니더. 사람이 댕겨야 보름장도 서고 나물도 팔릴텐데 도통 사람들이 없어니...그래도 원자력이 있을 때는 닷새장만되면 사람들이 끓고 장사도 잘됐니더"

울진사람들은 대목장에 썰렁한 이유로 '신종코로나' 여파보다 원자력발전소 후속기 건설이 중단된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월보름 대목장이 선 울진읍 바지게시장에서 두 할머니가 밤과 나생이 나물을 다듬고 있다.[사진=남효선 기자]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로 얼굴을 온통 목도리로 두른 두 할머니가 햇 나생이와 삶은 고사리, 토란나물, 묵나물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연신 손을 비벼가며 도라지 껍질을 벗기며 손질하고 있다.

"한나절 찬 바람에 앉아 있어도 지금껏 나생이 세 봉지 겨유 팔았니더. 예전같으면 정월대보름이라고 집집마다 나물사고 찰밥에 쓸 수수나, 기장, 좁쌀을 앞다투어 사갔는데....나라에서 울진에 원자력을 다시 살려야 하니더. 그래야 농촌사람들도 목숨부지할 수 있니더."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썰렁한 대보름 대목장 까닭을 '중단된 원전 건설 탓'으로 돌렸다.

곁에서 나물전을 펼친 아낙이 한마디 거든다.

"요새 선거철되니깐 너도나도 원자력 살린다고 댕기는데, 곧 살아난다 하디더"

울진 정월보름 대목장의 어물난전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어물전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것은 마찬가지이다. 예전같으면 정월대보름 음식장만을 위해 잘 말린 열기나, 가자미는 불타나게 팔리는 품목임에 반해 선뜻 사람들이 손을 내밀지 않는다. 어획고가 줄면서 껑충 뛰어버린 물가 탓도 있지만, 바짝 쪼그라든 가계경제로 명절 고기 한 손 사기에도 엄두가 안나는 시장경제 탓이다.

간혹 중년의 아낙이 햇미역을 들춰보고, 양지바른 밭에서 갓 캐내어 다듬어 놓은 햇나생이(냉이)나물과 잘손질한 도라지 한 봉지씩을 사든다.

한 웅큼 남짓한 도라지 한 봉지는 3000원이다. 햇나생이 항 웅큼도 3000원에 팔렸다.

경북 울진 등 동해연안의 정월보름 음식장만에 반드시 들어가는 햇나생이 나물[사진=남효선 기자]

"농촌에 그나마 울진은 원자력때문에 사람들이 나들고 농촌사람들도 애써 농사지어 시장에 내다팔아 손주 공부도 시키고 했는데...원자력 없어지니까 울진은 깜깜 밤중이 됐니더"

급기야 사람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화살을 돌렸다.

실제로 2019년 말 기준으로 그나마 5만명 대를 유지하던 울진의 인구는 급기야 4만명 대로 곤두박질쳤다.

농어촌의 인구 감소 문제가 유독 울진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울진지역은 인근 영덕이나 영양군과는 달리 지난 1983년부터 본격화된 원전 건설로 30여년간 이상 인구 감소 폭이 둔화현상을 보여왔다.

특히 원전 2개 호기 건설을 위한 기간을 10년으로 기준하면, 건설 기간 외지에서 유입되는 기술.기능인력 등 근로자들의 유입으로 울진의 시장 경제는 인근 타 지자체에 비해 호조를 보여왔다.

울진군의 지방세수도 인근의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지수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에너지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30여년 이상을 원전에 기대며 살아 온 울진지역 시장경제는 급격하게 쇠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할 지 갈피조차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한 터널 속에 고립돼 있는 형국이라는게 세간의 여론이다.

정월대보름 대목장을 보러 나온 장꾼이 점심 요기로 '팥죽'을 들며 허기와 찬바람을 달래고 있다.[사진=남효선 기자]

맞은 장터 어귀에 햇미역과 나물, 푸성귀와 묵은 밤 따위를 펼쳐 놓은 초로의 두 아낙이 점심으로 팥죽을 나누고 있다.

팥죽 한 그릇에 4000원이다. 닷새장마다 장꾼들의 점심식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찬 바람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습고 달큰한 팥죽 한 대접을 훌훌 마시면 언 속이 조금은 녹여질터이다.

예의 원자력 건설 중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선거 때만 되면 농어촌을 잘살게 해준다고 목소릴 높이는데, 갈수록 인구는 자꾸 줄고, 벌어먹고 살겠다고 도시로 외지로 나간 자식들은 몇 해 째 취직이 안돼 맨날 고시촌으로 떠돌고...그래도 우짜니껴 산 목숨 버릴 수 없는데. 농촌에도 제각기 먹고 살수 있는 방편을 나라가 맹그러줘야하는데. 그게 나라가 하는 일 아닌교?"

"이번 총선에 나서는 정치꾼들 입만 열면 군민을 위하니, 농어촌 잘살게 해주니 목소리 높히는데 뽑아주면 맨낭 지 밥그릇 싸움에 국민들만 죽어나고...우야든동 울진에는 원자력이 다시 살아야 사람들도 들어오고 시장경기도 나아지고 그래야 우리같은 장돌뱅이도, 농사꾼도 살낀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에 민심이 던지는 절박한 예고이다.

정월보름 대목장인 선 울진읍 바지게시장의 햇미역 등 바다나물전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최근 울진군은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예정된 신한울3,4호기 건설이 예정도 없이 중단되자 '원전의존형 지역경제구조 극복'을 주창하고 지역 특성과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따스운 팥죽 한 그릇으로 허기와 찬바람을 달랜 초로의 아낙 앞에 하루 해가 기울도록 팔리지 않은 채 수북하게 쌓인 햇나생이 나물 위로 '계른 노른자 같은' 겨울 햇살이 말갛게 모여 있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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