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코홀딩스 대표 선임 열흘만에 철회..."경영수업 더 필요"
미래먹거리 사업 담당...스스로 경영 검증 시험대 오른 셈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LS가(家) 3세 중 처음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선임 열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먼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스스로 자리를 반납한 것이다.
◆ 열흘만에 셀프 반납..."경영수업 더 하겠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예스코홀딩스는 지난 10일 대표이사가 구본혁 부사장에서 구자철 회장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말 LS그룹 이뤄진 정기 인사를 통해 이달 1일자로 예스코홀딩스 대표에 선임됐다.
이번 일로 LS가의 3세 경영은 1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구 부사장은 구태회 LS 창업 회장의 3남인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LS니꼬동제련의 부사장으로 있었다.
열흘 만에 구 부사장이 대표를 내려놓은 데에는 책임경영에 대한 그의 의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회사 경영에 무게를 느끼면서 구 회장에게 '경영수업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에 당선되면서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날 계획이었으나 구 부사장의 이같은 결정으로 예스코홀딩스 회장을 1년 더 맡는다.
LS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표에 대한 무게감을 느낀 구 부사장이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경영 전반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내년에는 다시 구 부사장이 대표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래사업본부 신설, 미래 먹거리 발굴 매진
구 부사장은 대표에서 물러난 대신 회사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미래사업본부를 신설, 수장으로 자리하며 예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수익성을 강화에 매진할 예정이다.
예스코홀딩스는 지주사다.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예스코'와 해외자원투자사 '예스코 에너지(Yesco Energy)', 사업지원 서비스사 '한성' 등 기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매출 대부분은 가스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가스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한다.
핵심 자회사인 예스코는 압축천연가스(CNG) 충전 등을 하는 '예스코서비스'와 계량기제조 판매를 하는 '대한가스기기', 상하수도 설비 등을 하는 '예스코이에스' 등을 운영하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예스코는 서울 권역 내 9개구와 경기도 권역 내 3개시 및 2개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은 지역적 독점공급권이 인정돼 동종 업계간 경쟁이 심하지 않다.
◆ 관건은 수익성 향상...경영능력 시험대
문제는 수익성이다. 예스코홀딩스의 2018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2.3%에 불과하다. 또한 공급권역내 특정 지역별로 지역난방 등 집단에너지 산업 보급이 일부 확대되는 추세라 난방 등의 소매 에너지 측면에서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 특성상 동절기와 하절기의 계절적인 편차가 심해 매출이 겨울철에 집중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예스코도 이같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유전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예스코에너지를 설립하고 부동산 개발업체 한성 등을 인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여전히 수익은 도시가스 사업에 치중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부사장이 미래 먹거리 창출의 선봉장에 나선 것은 사실상 스스로 경영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너가 자제들이 능력 검증 없이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재계에서도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구 부사장은 2003년 LS전선에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09년 ㈜LS 경영기획팀을 거쳐 2011년 LS니꼬동제련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에는 상무로, 2014년 말에는 전무, 2017년 말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다 지난해 LS그룹 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로 내정된 것이다.
LS그룹 관계자는 "구 부사장이 자처해서 대표 자리를 미루면서 미래사업본부장에 오른 것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그만큼 회사 경영에 대한 무게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