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2일 신년사 발표
올해 경영화두는 고객...유통 수장들, '고객' 단어 많이 사용
선택과 전략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주요 유통 대기업 수장들이 2일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고객 중심 혁신'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유통 대기업들은 내수 시장이 침체된데다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 시장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장보기 시장' 주도권마저 온라인 쇼핑 시장에 넘겨줘 고객의 발길을 다시 매장으로 돌리는 게 가장 급선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이 2일 발표한 '2020년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모두 급변하는 유통 시장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 '고객 중심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2020.01.02 nrd8120@newspim.com |
이를 반영하듯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 단어가 유독 많이 언급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고객' 단어를 무려 11번 사용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은 6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번 언급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것,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신세계의 존재 이유"라고 올해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또한 임직원에게는 고객 불만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발굴해 줄 것을 주문했다.
신동빈 회장은 '고객과의 공감'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신 회장은 "고객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안하고 새로운 시장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신 회장은 "고객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고객의 니즈, 더 나아가 시대가 추구하는 바를 빠르게 읽어내고 이에 따라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지선 회장 역시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게 기존의 사업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더 잘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다르게 행동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새로운 경영 화두를 던졌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위기감은 신년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신동빈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단숨에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다"며 "인구구조 변화·소비 패러다임 이동 등 롯데가 영위하는 모든 사업 부문도 전방위적 변화의 소용돌이 그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정지선 회장은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56.0% 감소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고 이마트도 같은 해 2분기 영업손실이 299억원으로 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1년 신세계로부터 법인이 분리된 후 처음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6%나 줄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제시됐다. 신동빈 회장은 "핵심역량은 강화하면서 기존 사업구조를 효율적으로 혁신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근본적인 본연의 경쟁력, 즉 머스트 해브(MUST-HAVE) 역량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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