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지원비 부족한데...권리금까지 생겨
구청은 "민간의 영역이라 관여 어려워"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갑자기 재개발한다고 하는데 구청에선 도와주지도 않고 주변에선 없던 권리금까지 만들어 놨습니다. 나가고 싶어도 도저히 나갈 수가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서울 강동구 천호신시장 상인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천호신시장 일대는 현재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곧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세입자인 상인들은 착공 전에 시장을 떠나야만 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주 지원비는 부족한 상황에서 구청의 도움도 전무해 현실적으로 이주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구청은 "민간의 영역이라 구청의 관여가 어렵다"고 한다.
천호신시장은 1970년대부터 강동구 천호동 일대에 자리한 노후 재래시장이다. 약 80개의 점포에서 100여명의 상인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농·특산물부터 수산물, 의류, 가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인근에는 '천호동 텍사스촌'으로 유명한 집창촌이 있다. 모두 오랜 시간 낙후돼 슬럼화가 진행된 곳으로 천호1재정비촉진구역에 해당한다. 재개발 대상이라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자리한 천호신시장. 2019.10.11. sunjay@newspim.com. |
천호신시장 상인들은 올해 10월 말까지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원래는 올해 5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가 기한이었으나 조금 더 시간을 드렸다"고 했다. 이 구역에는 2023년까지 2만7510㎡ 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대형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재개발 사업 관련 모든 행정절차는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인들이 모두 떠나면 본격적인 착공이 이뤄진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주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시장을 떠날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 재개발 조합이 책정한 이주 지원비는 평균 3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금액은 위치 등에 따라 점포마다 다르게 책정됐다. 2000만원 미만의 지원금이 책정된 곳도 있다. 현재까지 이주 지원금을 받고 시장을 떠난 점포는 80여개의 점포 중에서 약 10곳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상인들의 집단 이주 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지역에서는 권리금이 생겨났다. 유보영 천호신시장 회장은 "이주를 하려고 부동산에 알아봤더니 평소에는 없던 권리금이 갑자기 생겼다고 하더라"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내면 계약금과 보증금은 어떻게 내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관해 천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시장은 원래 약자의 빈틈을 파고드는 식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현재 상인들은 천호신시장 재개발 사업 행정을 담당하는 강동구청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다른 상인 김모 씨는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 구청에서 방관만 하는 것은 사실상 돈 몇 푼 받고 그냥 굶어 죽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법에 근거해 이주 지원비를 책정했고,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세입자들을 배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청은 민간의 영역이고 관련 법령도 없어 섣불리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천호신시장 부지 자체가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구청이 나서기 어렵다"며 "설령 국가 소유 부지여도 구청에서 재개발을 이유로 대체 부지나 상가를 지급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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