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대림산업이 에너지 디벨로퍼 등 신성장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벨로퍼란 사업 발굴, 기획, 지분투자, 금융 조달, 건설, 운영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개발사업자를 말한다.
대림산업은 투자 개발형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 수주해 내실을 다지겠다고 2일 밝혔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다양한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와 세계에서 디벨로퍼 사업 기회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4월 상업 운전에 돌입한 칠레 산타로사 태양광 발전소 [사진=대림산업 제공] |
◆ 사우디·미국에 석유화학 공장 투자
대림산업은 지난 1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폴리부텐 공장 운영 사업에 투자했다. 대림산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공장에 범용 폴리부텐과 고반응성 폴리부텐 생산이 가능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간 8만톤 규모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으로 대림은 향후 연 33만톤의 폴리부텐을 생산해 35%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태국 PTT 글로벌 케미칼과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석유화학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150만톤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
사우디와 미국 사업은 대림산업의 석유화학부문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원료 수급 비용이 저렴하고 내수시장은 물론 유럽과 북남미 등 주요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위치적 장점이 있다. 대림산업은 이번 투자를 통해 그 동안 진입장벽과 높은 운송비 부담으로 공략이 어려웠던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 미국·호주 등 국제 민자발전 시장 진출
대림산업은 동남아,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시장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민자 발전(IPP, Independent Power Producer)분야를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설정했다. IPP란 민간 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발전소를 건설한 후 일정 기간 소유, 운영하며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모델이다. EPC 기술력뿐만 아니라 사업 기획, 금융 조달 등 다방면에서 전문성이 요구된다.
대림산업은 민자발전사업을 위해 2013년 민자발전을 전담하는 대림에너지를 설립했다. 그해 호주 퀸즐랜드 주에 속한 퀸즐랜드 851 ㎿ 밀머란 석탄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포천시에 포천복합화력발전소를 준공해 가동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에도 진출했다.
아울러 남부발전과 함께 미시간주 남부 나일즈에 1,085MW급 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해 2022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림에너지는 현재 미국, 호주를 비롯 칠레, 파키스탄, 요르단 등 해외 6개국에서 에너지 디벨로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해외 SOC 시장서 독자적 기술력 각광
해외 SOC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3조5000억원 규모의 세계 최장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의 사업권을 따냈다. 민간투자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서 대림은 시공뿐만 아니라 16년 2개월 동안 최소운영수익을 보장받으며 운영을 맡는다.
프로젝트 수주에는 대림산업의 현수교 기술력이 큰 역할을 했다. 대림은 2013년 이순신대교를 준공하면서 세계에서 6번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현수교 자립기술을 완성했다. 또 파키스탄에서 102㎿ 굴푸르 수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민간 개발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으로 향후 발전소를 34년간 운영해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대림은 현재 진행 중인 해외 디벨로퍼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해욱 회장은 지난 8월부터 미국·러시아·터키 등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주요 사업 파트너를 만나 프로젝트 진행을 직접 챙기고 있다.
대림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과 건설 경기 침체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만큼 해외 현지 네트워킹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