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민주당 대표, 8일 취임식
'세금 인하·투자 증대' 시장친화적 정책 예고
금융위기 이전 수준 경제회복, 단기간 내 어려워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그리스의 중도우파 신민주당(이하 '신민당')이 7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알렉시스 치파라스 총리가 실각되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야당 대표가 차기 총리직을 확정지었다.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그리스가 4년 만에 정권교체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지 주목된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신민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 내무부는 투표가 73% 개표된 상황에서 신민당이 39.6%로,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당(31.6%)을 앞서고 있다고 집계했다. 출구조사 결과 신민당은 총 300의석 중 155~167석을 확보 중이다.
그리스는 당초 10월께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후 지방선거에서 시리자당이 참패하자,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을 앞당겼다.
신민당의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해지면서 자동적으로 미초타키스 대표가 차기 총리직을 예약했다. 그는 8일 취임식을 갖고 이르면 오는 9일 새 정부를 출범한다.
치프라스 현 총리는 이날 밤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국민들의 투표를 완전히 존중한다"며 굴복했다.
4년 전 총리직에 오른 치프라스는 당시 국제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웠다. 그는 유로존 탈퇴 위기가 닥친 가운데 대대적인 자산 통제를 감행했고, 사업신뢰도는 붕괴됐다. 이후 경제는 극심한 불황에 빠졌다.
취임하고 몇개월 후 조기 총선을 맞은 치프라스 총리는 다시 승리했지만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기존 공약을 뒤집고 채권단의 긴축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경제는 안정을 찾았고 투자신뢰도는 회복됐으며, 그리스는 지난해 세 번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계획을 철회했다.
시리자당 집권 아래 그리스는 구제금융 체제를 끝내고, 27년간 나라 이름으로 분쟁을 겪던 북마케도니아와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지만 결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 등 기존의 공약에서 선회한 긴축 정책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과 북마케도니아와 합의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총선에서 압승한 미초타키스 대표는 세금인하와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증대, 더 나은 임금과 더 높은 연금을 약속하면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예고했다.
◆ "2033년까지 기다려야"…멀고도 험한 경제회복의 길
미초타키스 차기 총리의 양어깨는 벌써부터 무겁다. 세금 인하, 국가 자산 매각, 관료 축소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의 실업률은 18%이며 연간 경제성장률도 2% 미만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그리스의 경제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의 기록에서 여전히 24%나 적은 상태라며 당시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 2033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그리스 경제의 완전한 회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들은 여전히 부실 대출로 가득차 있고, 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183%에 달했다. 노동과 제품 시장에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미초타키스 차기 총리가 얼만큼의 감세 정책을 펼칠 지 아직 알 수 없다.
또, 유로존 정부와 이미 엄격한 재정 목표에 합의한 것도 문제다. 미초타키스 차기 총리는 개혁을 위해서라도 유럽연합(EU)으로부터 완화된 재정 목표 승인을 바라고 있겠지만 유로존의 신뢰를 먼저 얻는 것이 숙제라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과거 그리스를 구제금융 체제의 길로 가게 했다는 비난을 받는 신민당이기 때문에 신뢰를 얻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1990~1993년)의 아들이자, 국제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는 미초타키스 대표. 그의 친기업·시장친화적인 정책이 그리스 경제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