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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년] ⑩ '北 포격의 상처' 연평도...평화의 상징 변신

인청항에서 2시간 거리, 대한민국 최북단 연평도
1·2차 연평해전·연평도 포격 등 아픔 서린 곳
최초의 '민간인 폭격'...주민들에겐 여전히 아픈 기억
주민들,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평화 분위기 속 안전한 연평도 염원

  • 기사입력 : 2019년04월27일 10:00
  • 최종수정 : 2019년04월27일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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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었던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을 기억하시나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 정상이 첫 발걸음을 뗐던 순간이었습니다. 남북 정상은 회담의 결과물인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그간의 전쟁위험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 평화의 봄’을 위한 여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뉴스핌>은 4.27 판문점선언 채택 1주년을 맞아 1년 동안의 성과와 또 아직 남아있는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지난 25일 오전 9시. 대한민국 최북단 연평도를 향한 배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출항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안개가 낀 궂은 날씨임에도 다행히 배는 망망대해를 향해 순항했다.

“배가 못 뜰까 많이들 걱정하는데, 풍랑주의보나 안개주의보만 없으면 괜찮아요. 비가 와도 문제없어요.”

승객들의 탑승을 도와주던 베테랑 승무원이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날은 안개가 끼긴 했지만 바람이 강하지 않은 날씨였다.

[서울=뉴스핌] 안재용 기자 = 25일 오후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에 도착한 여객선. 2019.04.25

배는 곧 길게 펼쳐진 인천대교를 가로질렀다. 희뿌연 안개 탓에 주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흰 구름이 배를 감싸 안은 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렇게 1시간 50분이 지난 오전 10시 50분쯤 소연평도를 거쳐 11시 10분쯤 목적지인 대연평도에 도달했다. 인천항을 떠난 지 2시간 10여분 만이다.

◆ 남북 분단의 아픔이 담긴 연평도

북한 영토와 불과 3km 떨어진 연평도는 남과 북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이곳 해역에서는 1999년 6월 15일과 2002년 6월 29일 1·2차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2차 연평해전에서는 정장인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한상국 상사 및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서울=뉴스핌] 안재용 기자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 평화공원에 조성된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동판. 2019.04.25

지금으로부터 불과 9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에는 북한군이 민가와 군부대를 향해 170여발의 해안포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빗발치는 북한군의 포탄 속에서도 연평도를 사수하던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연평도 곳곳에는 조국을 위해 순국한 이들의 흔적이 깃들어있다. 대표적인 곳이 연평도 남단에 위치한 평화공원이다.

이날 오후 찾은 평화공원 입구에는 실제 우리 군에서 사용했던 전차와 헬리콥터 등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았다. 안쪽으로 가면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전사자들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과 서정우 하사·문광욱 일병의 전사자위령탑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궂은 날씨에 이곳을 찾는 발길은 뜸했지만, 이들은 언제나 이 자리에서 이렇듯 연평도와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었다.

◆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악몽 ‘연평도 포격’

연평도 포격사건은 1953년 휴전협정 이래 북한군이 대한민국 영토에 타격을 가해 민간인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이다.

9년여가 흐른 지금, 피해를 입은 연평도 마을은 대부분 복구 돼 당시 참혹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평면사무소 근처에 조성된 안보교육장은 예외였다. 이곳은 당시 북한의 포격을 받은 민가를 그대로 보존해 지난 2012년 만들어졌다.

[서울=뉴스핌] 안재용 기자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에 위치한 안보체험관.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훼손된 민가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2019.04.25

종잇장처럼 찢어진 지붕, 무너져 내린 벽, 벽 곳곳에 남아 있는 포탄 파편의 흔적 등 형체도 알 수 없이 부서진 가옥의 모습에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살던 집과 터전은 시간이 지나며 복구됐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여전히 그날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엊그제 일을 회상하듯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3대째 연평도에 살며 아내와 함께 피자집을 운영하던 정창권(66)씨는 그날 육지에서 찾아온 지인들을 만나러 부둣가에 나와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울리더니 마을 이곳저곳에 포탄이 떨어지고 불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군에서 포격 훈련을 한다는 안내가 있었던 탓에 정씨는 그때까지도 우리 군의 오발탄이겠거니 생각했단다.

“우리 집 쪽에도 연기가 치솟아 급히 집으로 돌아와보니 아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밖에 서 있었어요. 방으로 들어가 보니 포탄이 저희 침실로 떨어져 있었어요. 아내가 거실에 있었기에 다행이지, 만약 침실에 있었으면...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아내는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2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1985년 연평도로 시집 온 김모(55)씨는 그날 집 마당에서 겨울나기를 위한 김장이 한창이었다. 그러던 중 노란 배추 위로 검은색 파편이 튀었다. 만져보니 단단한 쇳조각이었다. 이내 북쪽으로부터 날아오는 포탄이 눈에 보였다. 위기를 직감한 김씨는 정신없이 대피소로 향했다.

“너무 무서워 주민들이 다 귀를 막고 대피소에 웅크려 있었어요.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벽에 붙어있어야 안전하다고 소리를 치더군요. 그 소리를 듣고 주민들이 모두 벽에 붙어있었어요. 포격 소리가 잠잠해지고 대피소 문을 잠시 열었는데 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심해 다시 문을 닫았던 기억이 나요.”

[서울=뉴스핌] 안재용 기자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 평화공원에 세워진 연평도 포격 전사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전사자위령탑. 2019.04.25

◆ 한반도의 ‘화약고’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판문점선언’을 채택하고 함께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 2조 1항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이 내용은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채택된 평양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거쳐 구체화됐다. 

양 측 군대는 11월 1일 0시를 기해 서로를 겨누던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ㆍ포신에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을 폐쇄했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던 연평도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서울=뉴스핌] 안재용 기자 =25일 오후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 설치된 쌍안경. 2019.04.25

북한의 도발에 항상 마음 졸이던 연평도 주민들도 한시름을 놓았다. 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자신의 삶의 터전인 연평도에서 지금처럼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20년째 연평도에서 꽃게를 잡고 있다는 어업인 신성희(61)씨는 “사람들에게 연평도에 산다고 하면 다들 거기 위험한 곳 아니냐, 다른 곳에서 살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럴 때면 항상 마음이 아프죠”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연평도는 내가 살아온 곳이고 앞으로도 살아갈 곳이에요. 부디 남과 북이 싸우지 말고 우리 꽃게 잡는 어업인들, 연평도 주민들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6·25 전쟁으로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연평도에 정착한 실향민 조선옥(87)씨의 소원은 남북이 통일돼 고향 땅을 다시 밟아보는 것이다.

조씨는 “고향이 그리울 때면 망향전망대에 가서 고향 땅을 보고 와요. 남북이 통일되면 연평도에서 출발해 고향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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