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서 애정행위 민원 잇따라... 청소년 문란 행위도 포함
"범죄예방차원 긍정적" VS “이상한 단속”
전문가 “부적절 행위 관한 명확한 규정·사회공감대 없는 졸속규제”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서울시가 한강공원에 시민 휴식을 위해 설치한 텐트를 상대로 강력단속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텐트 안에서 이뤄지는 청소년 등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서울시 단속 규정이 시민들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밖에서 안으로 훤히 들여다 볼수 있게 최소한 텐트의 양면을 개방하지 않으면 '풍기문란자'로 낙인을 찍는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태다.
◆ 텐트 측면 개방안하면 최대 300만원
서울시는 22일부터 한강공원텐트장에 대한 단속에 돌입했다. 한강공원텐트장은 여의도와 뚝섬 등 13곳의 한강변에 있다. 시민들은 이 곳에 개인텐트나 대여텐트를 치고 한강변의 낭만을 누릴 수 있다. 2013년 4월부터 한강변 텐트 설치가 허용됐다.
그러나 6년만에 서울시가 텐트 단속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지속적인 민원제기 때문이다. 텐트 내에서 젊은 청춘남녀와 청소년들이 텐트 문을 굳게 닫고 안에서 극단적인 애정표현이나 부적절한 행위를 벌여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관할지역으로 둔 서울 여의도지구대 관계자는 “한강공원 내 청소년 부적절 행위 관련 적발 건수는 성수기(6월~10월)의 경우 하루 2건, 많게는 3~4건씩 매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양민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지난 17일 “애정·음란행위로 다수의 텐트장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며 "그런 텐트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많다”며 서울시에 텐트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하천법 46조를 준용해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이용할 경우 크기 가로×세로 2m 이내 텐트 4면 중 2면 이상은 반드시 개방해야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적발시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 등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텐트 설치 시간도 기존 밤 9시에서 저녁 7시 이전으로 2시간 당겼다. 서울시는 22일부터 단속반 237명을 투입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는 22일부터 한강공원 텐트 이용 시 2개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두도록 단속하고 있다. 적발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2019.04.24. kintakunte87@newspim.com |
◆외국인 시선에는 서울시 규정이 '별천지'
반응은 엇갈린다. 청소년들의 일탈을 계도해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시민들의 즐길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단속의 근원으로 지목된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싸잡아 '풍기문란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못내 아쉽다.
인천에서 남자친구와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데이트를 나온 황모(25)씨는 “굳이 이렇게까지 텐트 규제를 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면서도 "폐쇄된 텐트 안에서 청소년들이 음주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본 적도 있어 단속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반발감이 크다. 친구들과 한강으로 놀러 나온 중학생 유모양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텐트 규제와 과태료 부과는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또래 중에 부적절한 행위가 있다고는 해도 청소년이라도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고등학생 임모군은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예단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서울시 규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스위스에서 온 핀레이 피터킨(Finlay Peterkin)은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면 합리적인 규제지만 텐트 단속은 심하다”며 “스위스에서 텐트를 강제로 열어놓게 하는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학중인 에스커 얄랩(Asker Jarlov)은 “스웨덴에서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텐트 안에서 무엇을 해도 간섭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될 것 같으면 그때 가서 경찰에 신고하든 제지를 하든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독일에서 왔다는 스테판(Stephan)은 “사생활은 누구에게나 존중돼야 한다”며 “텐트 문을 열고 닫고 할 게 아니라 신고에 걸릴 경우 그 사람에게만 단속해야지 서울시 텐트 단속은 극단적인 선을 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 한강시민공원 마포대교 인근에서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임영식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한강공원 텐트 단속이 명확한 규정 근거 마련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졸속 규제라며 비판했다.
임 교수는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단지 그런 행위가 일어날 것 같은 것에 대해 과태료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법이 개인의 사적 영역에 어느 정도까지 간섭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캠페인을 통한 문화시민 에티켓 조성 등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한 후 도입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