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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보수 심장’ 구미가 달라졌다…“문디야, 문제는 경제데이"

황교안, 9일 박정희 생가 방문…골수 친박계에 ‘눈도장’
택시기사 정씨 “친박이면 지지? 언제적 얘기…이미 여당 시장”

  • 기사입력 : 2019년02월09일 20:52
  • 최종수정 : 2019년02월09일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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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친박? 황교안? 대여 투쟁은 이제 다 한 물 간 소립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9일 경북 구미를 방문했다. 같은 날 기자가 구미를 찾아 황 전 총리에 대해 묻자 택시기사 정 씨(59)가 손사래를 쳤다.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구미에서 나고 자랐다는 정 씨. ‘구미 토박이’는 쐐기를 박았다. 

그는 “지난해 왜 여당 (장세용) 시장이 선출됐겠냐”며 “예전엔 한나라당(전 자유한국당)이라면 다 찍었는데 이제 그런 정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옛날의 구미’는 이제 없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모르지 않는다. 구미라는 보수 철옹성은 이미 지난해 무너졌다. 작년 6월 보궐선거에서 사상 최초 민주당 시장을 배출했다.

정 씨에 따르면 ‘잠깐 스쳐지나가는 바람’ 정도는 아니란 설명이다. 한국당에 실망한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지켜보는 구미 시민들. [사진=조재완 기자] chojw@newspim.com

공교롭게도 지나가는 시민 열에 아홉은 한국당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친박 인사라고 특별 대우하진 않는 분위기였다. 박정희·박근혜 부녀에 각별한 애정을 지녔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고정관념에 불과했다.

이유는 경제다. 한때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장기 불황의 길로 들어선 지 오래다. 최근 몇년 간 모바일·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줄지은 이탈로 사실상 붕괴된 상태. 구미사업장 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도 오는 4월을 끝으로 일부 부서를 경기 수원으로 이전한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SK하이닉스 공장의 구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정 씨는 “사람들은 모이면 경제 얘기 뿐”이라며 “정부·여당보다 지역 경제 망친 김관용 전 경북지사·남유진 전 구미시장 욕을 더 많이 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이 어디든 SK 들여오고 경제 살려줄 양반이면 더불어민주당이라도 얼마든지 더 뽑아줄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민경제 전문가’라고 치켜세우며 한국당 신임 당 대표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택시기사 홍 씨(60)도 기자와의 대화 끝에 “SK하이닉스 꼭 유치할 수 있게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당에 대한 홍 씨의 ‘마음’만은 여전해 보였다. 다만 “친박·비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경제 살릴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하고, 경쟁에서 진 후보들은 결과에 승복해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그는 홍 전 대표를 언급했다. 홍 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처럼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대표가 되길 바란다”며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 리더십 강한 한국당 대표가 투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박근혜 시절 생각하면서 친박 밀어줄 구미 사람은 이제 없을걸‥”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 황 전 총리 방문에 골수 친박계 ‘환호’…“경제 망친 한국당은 NO”

친박계 구심점을 자처하는 황 전 총리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 생가는 대구·경북(TK)를 찾는 보수권 인사들의 상징적 코스다. 한국당 당권주자들은 전통적으로 이 지역 박정희 향수층 표심을 공략해 ‘TK 적자’임을 피력해 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일찌감치 다녀갔고, 정우택 의원은 설 명절에 방문했다. 

이날 황 전 총리의 방문 소식에 박정희 기념관 앞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님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여럿 붙었다. 황 전 총리가 도착하자 ‘대통령 황교안’이란 구호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곳의 골수 친박계 지지층에게 황 전 총리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조재완 기자] chojw@newspim.com

다만 이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반응은 나왔다. ‘황교안은 환영하되 한국당은 불편하다’는 기류가 흘렀다. 지지층 일부가 황 전 총리와 동행한 한국당 백승주(경북 구미갑) 의원을 크게 연호하자 다른 한 쪽에서 거센 반발이 나온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중년 여성이 “백승주 이름이 왜 나오냐”고 항의했다. 주변의 시민들도 동조했다.

사연을 물었더니 이유는 또 다시 경제였다. 그는 “지역구 한국당 의원들이 경제를 망쳤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황 전 총리가 “보수계 새 인물”이라고 기대감을 걸면서도 “차기 당 대표는 나라 경제를 살려달라”고 당부했다. 

친박계 지지층이되 황 전 총리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구미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 씨(68)는 “황 전 총리는 본인이 친박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가) 한 게 뭐가 있냐”며 “박 전 대통령이 서운하다고 하지 않았냐. 지금 와서 친박이라는 것도 웃긴 일”이라며 마뜩잖아 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주장하는 친박 정체성을 뒤흔든 바 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면회 신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거절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에게 서운해하는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김 씨는 황 전 총리가 당 대표 적임자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황 후보의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무장관을 지낸 걸 보면 꼿꼿한 사람인 듯 하다”고 봤다. 

황 전 총리를 비롯해 심재철·안상수·오세훈·정우택·주호영·홍준표 등이 출사표를 던진 한국당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오는 27일 진행된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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