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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많던 지지자들은 왜 文과의 이별을 택했나

“민주주의 하랬지, 사회주의 하랬나” 커지는 실망감
경기 안 좋은 것 넘어 '미래 먹거리' 부재가 더 큰 문제
"취업문 더 좁아졌다"...20대에겐 여전히 '헬조선'
"경제 안 돌보고 북한만 신경 쓰나"...쌓였던 불만도

  • 기사입력 : 2018년11월29일 18:27
  • 최종수정 : 2018년11월30일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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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첫사랑처럼 처음에는 설렜다. 따뜻하게 다가오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기도 했다. 정치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는 한 30대 여성은 "마음이 따뜻하고 섬세한 느낌"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했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옆모습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선엽 정치부 기자

두근거림은 문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나 보다. "이분이 어깨에 머리를 묻고 펑펑 우셨다. 어깨가 들썩들썩할 정도로. 그래서 이렇게 해서 이분의 서러움이 다 녹아서 없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또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 中)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광주항쟁 당시 아버지를 잃은 한 여성을 위로한 일을 꼽았다. 문 대통령과 70%가 넘는 국민들은 그렇게 서로를 아꼈다.

하지만 둘의 감정이 권태기 연인 사이마냥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벌이가 시원찮아서'고 '이 남자가 나를 더 이상 아끼지 않는 것 같아서'다. 돈도 못 벌면서 다른 곳만 바라보는 남자는 채이기 마련이다.

◆ 심리적 지지선 50% 벽 깨져...“반등의 모멘텀이 없다”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3.2%p 내린 48.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50%가 깨진 것은 처음이다.

주가가 그렇듯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면 반등은 쉽지 않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흘러내려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은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언제 하락세가 멈출지가 관심사일 뿐"이라고 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의 편지를 낭독한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올해 만 37세가 된 김 씨는 1980년 5월 18일이 생일로 이날 태어난 자신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오던 아버지가 계엄군에 의해 희생됐다.<출처=청와대사진기자단>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70%대를 유지했고 두 달 전만 해도 6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경제문제가 꼽힌다.

리얼미터는 "고용,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 소식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일부 야당과 언론의 경제정책 실패 공세 역시 국정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중도층과 젊은층의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집 구하기는 어려워진 반면 그나마 주식으로 재테크 기회를 노리던 직장인들은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정부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 “민주주의 하랬지, 사회주의 하랬나”..성장비전 부재가 일등 공신

하지만 단순히 현재 경기가 안 좋은 것이 문제라기보다 '비전이 없다'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을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내 미래가 불확실한데 나라의 미래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미래 성장에 대한 메시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혀 못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 성장이고 포용적 성장이고 국민이 보기에는 복지정책이지 미래 먹거리는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이달 1일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강조한 것은 국민에게 허탈감과 불안감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은영 소장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거 같다"며 "기다려서 뭔가 있을 것 같으면 이렇게 지지율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풍경

세종시의 한 40대 공무원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원했지 사회주의를 원한 게 아니다"라며 "청와대 사람들이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전부 칼 들고 밥상에 앉아 있다"며 "누군가는 토끼 한 마리라도 잡아와야 잘라 먹는데 아무도 사냥은 안 하고 공정하게 잘라 먹자고만 한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 등 돌린 지지층 "북한만 신경 쓰냐" 불만도

문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으로 분류되던 20~30대의 변심도 두드러진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을 더 좁혔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여기에 공공기관 고용세습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좋은 일자리도 노조에 끈이라도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청년층 입장에서 보면 지난 정부나 현 정부나 '헬조선'을 방치하긴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제적 격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일회용 일자리'만 늘려 통계 마사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청년층이 등을 돌리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최순실이 아니라 나를 아껴줄 것 같던' 대통령이 자꾸 북의 눈치를 보는 것도 중도층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10년째 운영 중인 한 40대 남성은 "귤 값 얼마 안 되는 거 알지만, 그걸 북한에 보냈다는 얘기를 들으니 왜 우리는 안 보살피고 북한만 신경 쓰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11일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사진=국방부 제공>

◆ 운전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문 대통령

청와대 입장에서 더 큰 고민거리는 반등의 기회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입장이지만,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하기 힘들다.

정작 최저임금 인상으로 200만 외국인 노동자만 혜택을 보고 불법 취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에 밀려 소득 1,2분위 계층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금의 증가가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진도를 못 나가는 대북 문제도 현 정부 입장에선 불가항력의 국면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동원 대표는 "남북정상회담도 비전 요소이긴 한데 막연하다"며 "어차피 미국 손에 달린 문제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드라마 촬영할 때 보면 연기자가 트럭 위에 올라간 승용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은가"라며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고 있긴 하지만 진짜 운전을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첫눈이 내렸고 쇼는 끝났다. 문 대통령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전혀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2018 평양정상회담 공식 환영식을 하고 있다. 2018.9.18

이번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 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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