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채광, 경제적 이익 가져올 것
코발트 최대 생산지인 민주콩고, 아동 노동 착취 사라질 수도
'심해 채광'이 불러올 생태계 파괴 둘러싼 우려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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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캐나다에 본사를 둔 채굴 기업 딥그린의 최고경영자(CEO) 제라드 배런은 손바닥 크기의 작은 광석에 인류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함유돼 있다고 주장한다.
호주 출신의 기업가인 배런은 해저에서 수백만 년 전 형성된 광석들이 전기차 배터리와 청정 에너지 기술에 사용되는 금속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인류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배런은 또 폭이 20cm가 채 되지 않는 니켈과 망간, 구리, 코발트 등이 함유된 단괴(nodule)의 수요가 향후 10년간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첨단산업 소재로 필수적인 니켈과 코발트 등의 광물자원들은 육지에서도 채취되고 있지만, 육상 자원은 점점 고갈돼가고 있다. 여기에 자원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노동 착취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자원 개발을 둘러싼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일부 기업과 국가들이 인류의 자원 고갈 문제의 해결책을 '광물자원의 보고(寶庫)'라고도 불리는 바다에서 찾고 있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채굴되는 니켈 광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심해 채광, 경제적 이익 가져올 것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구 표면적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심해에는 육지에 매장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 니켈과 코발트, 희토류를 비롯한 다양한 광물자원이 심해에 분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육상 광물이 점점 고갈되자, 사람들은 해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해에 묻혀있는 풍부한 광물 자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 속에 유엔(UN)은 지난 1982년 심해저 활동을 주관‧관리하는 국제해저기구(ISA)를 창설했다. ISA는 현재 168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국은 ISA의 심해 채광 규정을 따라 채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심해 광물 채광에 박차를 가하려고 하는 기업은 중국의 국영기업인 민메탈스부터 미국의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딥그린과 같은 스타트업도 뒤를 잇고 있다.
채굴기업들은 심해 광업을 통해 인류에 다양한 광물 공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자원인 코발트는 해저에 풍부하게 분포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현재 코발트 수요를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충족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코발트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전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콩고의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어린아이가 동원되는 등 아동의 노동력 착취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일각에선 코발트 채굴 및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착취 문제가 해저 채굴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USGS의 선임 과학자 제임스 하인은 FT에 "우리에게는 금속 광물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에게 광물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금속 광물이 없다면 핸드폰과 전기차 제작과 친환경 기술 개발도 중단될 것이다"며 해양자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해양광물 자원 개발 기술이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캐나다의 자원개발 업체인 노틸러스미네랄은 파푸아뉴기니아 열수광상에서 오는 2019년부터 구리와 아연, 은을 채굴하는 솔와라I(Solwara I)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솔와라I 프로젝트로 노틸러스미네랄은 구리를 파운당 80센트에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칠레의 에스콘디다 광산에서 채굴되는 구리의 가격이 파운드 당 1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심해 채굴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심해 채광'이 불러올 생태계 파괴 둘러싼 우려도 커져
하지만 심해 광업을 둘러싼 과학자와 비정부 기구(NGO)의 우려도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해저 광물 채광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하며, 아직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도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호주 환경보호단체 심해광산캠페인(DSMC)의 앤디 휘트모어 역시 "(심해 채광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50개가 넘는 NGO는 ISA에 "심해 광업이 돌이킬 수 없는 해양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까 깊이 우려가 된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해양 환경단체 '씨스앳리스크'의 앤 돔은 "ISA에 충분한 규모의 환경 전문가가 포진돼 있지 않으며, 의사 결정 방법 역시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며 ISA를 비난하기도 했다.
환경 컨설팅 기업 '씨스케이프컨설턴트'에 따르면 풍부한 자원을 함유한 단괴를 채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 화학 오염물질, 퇴적물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냈다.
FT는 그 근거로 1978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의 프랑스 광구에서 있었던 단괴 채굴로 발생한 생태계 교란 문제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 오염을 둘러싼 우려 속에 노틸러스가 추진하는 솔와라I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 운동가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솔와라I 프로젝트로 해저로 내려간 310톤에 달하는 로봇 기계가 광석을 자르고, 모으는 과정에서 심해가 오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올해 파푸아뉴기니의 지역 커뮤니티는 솔와라 1프로젝트를 중단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