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무역전쟁에 직면한 미국과 중국이 상대의 약점을 잘못 알고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진단했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 경제가 내리막길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한편, 중국 관료들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장에서 후퇴할 것이란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우선 미국 진영에서는 중국 경제가 취약해질 때까지 계속 공격을 가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 경제 상태가 형편없다고 말했고, 일부 미국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 때문에 중국의 경제성장세와 투자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 이러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미국과의 무역대화에서 중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그린 포괄적인 청사진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봄 류 부총리는 불어나는 부채가 국가 안보에 명백하고도 시급한 위험임을 시 주석에게 각인시키고, 금융부문의 위험한 관행을 척결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주도했다. 경제성장세 둔화는 이에 따른 부작용일 뿐이다.
하지만 12조달러 규모의 중국 경제는 여전히 6.7%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한 해에 1000만개 이상의 도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경제 위기라 보기는 어렵다.
중국 관료들이 부채 감축 노력이 한창일 때 미국으로부터 관세 공격을 받아 당황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이들의 대응은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늘리고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했을 뿐, 시장 패닉을 유발할 만한 극단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류 부총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부채 축소와 리스크 방지가 올해 금융 발전 계획의 최우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쪽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만큼이나 미국의 약점을 잘못 간파하고 있다. 중국은 11월 중간선거가 무언가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해 전면적인 무역전쟁이라는 긴박한 국면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잃을 수도 있고 상원까지 민주당에 뺏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중국에 칼을 갈 것이다.
게다가 무역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유일하게 같은 입장을 나타내는 사안이 바로 대중 무역정책이다.
트럼프의 임기가 2년으로 끝나건 8년까지 이어지건 상관없이, 이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뉴 노멀’이 됐다고 FT는 논평했다.
중국과 미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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