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계속된다면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불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동북아시아를 유럽연합(EU)처럼 변모시킬 경제·외교적 노력을 구상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 이상의 것을 바라고 있지만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CNN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비전을 제시한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소개했다. 그는 EU의 모체가 전쟁방지와 평화구축, 경제재건을 목표로 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였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연설하면서 '우리가 한반도 관련 문제에서 주인공이라는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 때문(by-effects)이 아니"라며 "오히려 남북 관계 진전이 한반도 비핵화의 원동력(driving force behind)"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CNN은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멈춘다면 남북 간의 계획은 저지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북한 관영 언론은 지난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을 비난한 바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한국법연구센터의 노정호와 아데나 페클러는 미국은 무엇보다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광범위한 평화 체제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 차이가 북한 때문만은 아니지만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뒤로 미루는 한편, 남측에는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도록 설득하며 이 간극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공식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바라는 남한과 북한이 독자적으로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거나 '양자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의 종전을 의미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선 한국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등의 서명이 필요하다.
남북이 이런 독자적 행보를 취한다면 한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대북경제협력 계획은 전진할 수 있겠지만, 이는 미국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할 것이라고 노정호와 아데나 페클러는 바라봤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속도를 내거나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에 앞서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및 시설 신고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유지하며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러시아 기업 등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비핵화 조치보다 우선하고 있다. 북한이 비밀리에 핵시설을 숨겨뒀다는 미 정보 당국의 조사 결과가 최근 흘러 나오는 가운데 북한 관영 언론은 이는 대화를 반대하는 미국 내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북미 간의 입장 차이는 양측의 대화가 곧 무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만들어냈다고 CNN은 전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양측 협상이 조만간 어긋난 기대와 불신으로 결렬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EIU의 안위타 바수 분석가는 단계적 비핵화 시나리오에 필요한 상호 신리와 장기적인 약속이 현 미국 행정부 하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