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벤처기업 육성·발굴에 뛰어들어
증권사는 고령고객 눈높이 맞춘 서비스로 '자식세대'까지 노려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금융회사들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였다고 5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대형은행들은 줄어드는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방법을 택했다. 증권사는 고령화된 고객층의 니즈를 붙잡기 위해 절에서 세미나를 열거나, 묫자리·유언작성 상담 서비스까지 나서고 있다.
일본의 은행들 간판. 좌측부터 리소나은행·미쓰비시UFJ은행·미즈호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즈호은행(みずほ銀行)은 지난 4일 도내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총 300개사가 참가하는 비지니스 상담회(商談会)를 열었다. 정장차림의 대기업 관계자와 캐주얼 차림의 벤처 관계자가 섞인 회장에서는 500건이 넘는 기업 간 대화가 있었다.
대기업과 사업연대의 이야기를 마친 오타 유이치(太田祐一) 데이터사인 사장은 "(대기업과의 사업연대에) 흥미가 생겼다"며 "앞으로도 (사업얘기를 나눈 기업과) 계속 보게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즈호은행이 2016년 처음 상담회를 연 이후로 참가회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벤처기업을 위한 융자는 2016년 200억엔이었지만 최근엔 500억엔을 넘겼다.
무카이 히데노부(向井英伸) 미즈호은행 상무는 "거래처는 은행에게 핵심"이라며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기 위해 뿌리부터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소기업은 인구감소로 인해 2009년~2014년 사이 39만개사나 줄어들었다. 중소기업과 거래를 하는 은행도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초저금리로 대출 수익이 줄어들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파이낸셜그룹 담당자는 "은행이 새로운 거래처 기업을 키워낼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미토모 그룹 역시 2016년부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열며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우수기업에는 표창·융자 지원은 물론, 대기업과 매칭을 시켜주기도 한다.
도쿄스타(東京スター)은행은 올해 일본거주 외국인 기업가를 발굴하는 콘테스트를 처음 개최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방일 관광객과 재류외국인을 위한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의 시선을 가진 벤처기업과 접점을 늘릴 생각이다.
지자체들도 외국인 기업으로 인한 경제활성화를 기대하며 콘테스트를 후원하고 있다. 도쿄(東京)도와 후쿠오카(福岡)시가 해당 콘테스트 후원에 나섰다.
현재 일본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벤처캐피탈·은행 융자 등을 합해 연간 4000억엔 규모로 추산된다. 신문은 "3조엔 규모인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면서도 "앞으로 개척의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 스가모 역 근처 벤치에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절'세미나에 묫자리 상담…증권사, 고령고객을 잡아라
지난 2월 SMBC닛코(日興)증권은 도쿄 우에노(上野)의 한 사찰에서 스미타 히로코(住田裕子)변호사가 강사로 나온 '생전증여 세미나'를 개최했다. 참가자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90명으로 70대 이상이 70%였다. SMBC측은 "고객의 관심이 높았다는 점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SMBC는 올해들어 전국 대부분의 점포에 전문자격을 지닌 상속상담 매니저를 배치했다. 시미즈 요시히코(清水喜彦) SMBC 사장은 "고령의 고객은 자손에게 좋은 형태로 자산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증권회사로서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개인투자가의 과반수는 60세 이상, 43%는 65세 이상으로 추산된다. 신문은 "고객의 고령화는 증권업계 전체의 과제"라며 "젊은 세대가 비교적 많은 인터넷 증권과 달리 대면이 주류인 증권회사들의 위기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에 증권회사들은 고령층의 니즈에 대응하면서, 고객의 자손 세대와도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노무라(野村)증권은 지난 1월 하순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에서 처음으로 '종활(終活)세미나'를 개최했다. 종활은 고령자들이 인생의 종말을 충실히 마무리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세미나에는 노무라증권과 연대하고 있는 생명보험, 신탁은행, 상조회사는 물론 무덤이나 유언과 관련된 기업들이 부스를 연다. 증권사 지점 담당자는 고객과 함께 부스를 도는 방식이다. 고객의 호평을 받아 노무라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미쓰비시(三菱)UFJ모건스탠리 증권은 지난 3월까지 상속·승계에 대해 조언하는 에셋 매니저 80명을 전국 62개 점포에 배치했다.
다이와(大和) 증권그룹은 현재 100점포에 배치돼 있는 '상속 컨설턴트'들을 전국 점포로 확대배치할 방침이다. 또 상속에만 한정하지 않고 의료나 노인돌봄(개호)에 관한 상담도 받는 '안심 플래너'를 현재 17점포 배치에서 순차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증권사 고객들은 연령을 더할 수록 '늘리기'보다는 '지키기'로 자산운용 니즈가 바뀐다. 이에 비례해 거래나 지점 방문 빈도도 저하돼, 영업원과 고객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카다 세이지(中田誠司) 다이와증권 사장은 "(고객의) 가족이나 친족을 포함해 고령의 고객들과 오랜기간 굳건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안심플래너를 확충한다"고 밝혔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