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년여만의 박 전 대통령과 재판에서 만나
"朴, 가이드러너 육성 사업 지원 요청했다" 증언
SK 주요 임원, 朴뇌물 요구 정황 줄줄이 증언
[뉴스핌=이성웅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SK 주요 임원들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증언들을 법정에서 속속 쏟아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등 혐의 22차 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이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의 18가지 혐의 중 SK와 관련된 것은 '가이드러너 육성 사업 지원' 등 명목으로 89억원을 줄 것을 요청한 혐의다. 검찰은 이를 뇌물 요구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재까지 SK그룹 주요 임원으로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형희 사장을 통해 가이드러너 육성사업 관련 서류를 전달했고, 실제로 89억원을 요구했으나 SK가 지원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 협조하는 대가로 사면, 면세점 사업선정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
이날도 검찰의 주신문에서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향후 협조를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독대 자리에서 가이드러너에 대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관련인데 대기업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 독대가 있은 후의 일에 대해선 최 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자세한 것은 실무자들이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스포츠관련 사회공헌활동을 맡고 있던 김영태 부회장은 "황당한 얘기였다"라고 증언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6일 증인으로 출석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더블루K의 사업소개 자료가 담긴 봉투를 전달받았다"라며 ""박영춘 팀장이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만나고 와서 '총 89억원을 요구했는데, 해외 전지훈련 비용 50억원을 독일 비덱스포츠로 보내주고, 나머지는 더블루K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에 지원할거면 K스포츠재단으로 추가 출연을 해야지 독일 비덱이나 더블루K 같은 단체로 보내는 것은 법적으로 말도 안되고 신뢰할 수 없어 결국 지원을 안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에 대해 이형희 사장이나 실제로 K스포츠재단과 접촉을 했던 박 팀장 역시 같은 취지로 증언을 해 신뢰도를 높였다.
또 지원을 검토하던 당시, '불가론'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자, 안 전 수석이 '아직 여쭤보지 못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해 SK 인사들은 육성 사업 지원 요청의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이 있다고 봤다.
특히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 면세점 재선정 ▲동생 최재원 부회장 사면 등 기업현안을 전달해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간접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김창근 부회장 역시 "K스포츠재단이 SK그룹에 돈을 요구한 것이 그룹 현안과 관련이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