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 지방채에 뭉칫돈..중국은 정크 후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중국 채권시장이 극명한 대조를 이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고성장을 기대했던 미국 투자자들이 지방채로 몰려드는 반면 중국 국채시장에서는 정크본드로 자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신뢰가 냉각된 한편 중국 경제가 턴어라운드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미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사진=신화/뉴시스> |
17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한 주 사이 미국 지방채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16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4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동시에 사상 세 번째 규모의 자금 유입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지방채 시장은 투자자들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했다는 점에서 지난주 펀드 플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채의 이가는 일반적으로 주 정부나 시, 그 밖에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입에 따라 결정되며, 대부분 주정부의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지방채 관련 펀드의 자금 유출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세금 인하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가 크게 고조됐고, 지방채 매물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크게 실추된 상황이 지방채 시장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Bof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네트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세금 인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하 폭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다 공격적인 경고도 나왔다.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대표는 인베스트먼트 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포트폴리오 헤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위대하게’ 공약에 커다란 실망을 보이고 있다”며 “헬스케어 개혁안에 이어 세금 인하 역시 불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구촌 반대편 세계 2위 경제국에서는 크게 대조되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5년 만기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회사채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최근 49bp까지 좁혀졌다.
스프레드는 지난해 7월 90bp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동시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6.9% 성장해 2015년 2분기 이후 최대 성장을 이뤄냈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탄탄한 경기 확장을 이끌어냈다. 3월 산업생산이 7.6% 증가해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지표가 훈풍을 내고 있다.
롭 수바라만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스위트 스팟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이일드본드의 강세 흐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반 청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기등급 기업의 펀더멘털이 괄목할 만큼 개선된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관련 채권의 상승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