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최순실 게이트 직격탄…게임업계까지 붙똥
주무부처 적합성 논란…"부처 이관 ·독립 지원기관 필요"
[뉴스핌=최유리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게임업계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계까지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성장 정체에 부딪힌 게임 산업에 악재를 더하면서 주무부처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최순실 역풍 맞은 게임업계…성장동력 잃을까 '우려'
구속수감 중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2차 청문회에 증인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계에 닥친 최순실 역풍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7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업계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게임사들이 최순실 농단에 관련됐다는 얘기가 있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집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게임사에 가입을 제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터넷게임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를 통해서다.
안병도 K-iDEA 선임연구원은 "올해 전경련에서 가입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IT 산업과 성격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거절했다"면서 "게임사들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게임업계로 논란이 번진 배경에는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문체부가 있다. 문체부는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127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으며, 최씨와 차씨 라인으로 알려진 김종 제2차관과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성각 원장이 옷을 벗었다.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예산이 삭감된 문체부가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게임사들이 성장 엔진으로 주목한 가상현실(VR) 분야 예산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순실 라인과 게임업체가 물밑에서 접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자칫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안고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고개든 주무부처 논란…"문체부 통일성·적합성 낮아"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2차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기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우려가 커지면서 주무부처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문체부는 게임산업 관장에 대한 통일성과 적합성이 낮아 주무부처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산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부처로 이관하거나 독립된 지원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문체부가 게임산업 주무부처 역할을 한 것은 1999년부터다. 그러나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다른 부처들과 핑퐁게임을 이어왔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호하고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주도한 규제다. 산업에 영향이 큰 규제 도입을 놓고 문체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문체부의 게임시간선택제와 함께 이중규제라는 논란이 있어 일원화를 두고 양 부처가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망산업으로 꼽히면서 당시 문광부뿐 아니라 복지부나 정통부가 게임을 각 부처 소속으로 두려는 경쟁이 있었다"면서 "지금도 게임 규제나 지원에 여러 부처가 함께 뛰어들어 의사결정이 늦고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가 없는 편이 낫다는 불만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게임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게임인연대 대표인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게임을 문화 영역으로 보고 어설픈 지원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게임 산업 규모가 10조가 넘기 때문에 산업으로 접근해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