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 형사가 28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최원진 기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 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0시 50분께 전북 익산 한 아파트에서 A (44) 경위가 목을 매 숨졌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세간에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해 왔다.
사망 전날 동료와 밤 11시까지 술을 마셨고, 아내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며 재심 증인출석 후 괴로움 심정을 털어놨다.
A 경위는 귀가 2시간쯤 후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를 틈을 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경위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한 증인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수사팀 막내였던 A 경위는 진범으로 지목된 최모씨를 익산역에서 임의 동행해 여관으로 데려갔던 형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재판이 시작된 뒤 너무 괴로워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건과 관련해 심하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에 임시로 저장한 '잘 살아라. 먼저 가서 미안하다.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A 경위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관계자는 "유서라고 할 만한 것은 문자메시지가 전부"라며 "다른 내용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0년 8월 10일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진범으로 지목된 최모(32·당시 16세)씨가 수사 과정에서 불법 체포·감금, 폭행으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시비 끝에 살해했다고 자백한 사건이다.
사건 당일 오전 2시쯤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자 유 씨가 운전석에서 옆구리와 가슴 등 12차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새벽 3시 20분쯤 사망했다.
수사를 맡았던 익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사흘 뒤에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일을 하던 최초 목격자 최모씨를 범인으로 붙잡았다. 최씨는 "현장에서 남자 두 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 씨가 사건 당시 입은 옷과 신발에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진행됐다.
최씨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2001년 2월 1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2년 8개월 후 2003년 3월 군산경찰서는 택시 강도 미제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이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접수했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당시 22세)씨를 붙잡았으며 김씨로부터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질렀다"는 진술도 받았다.
또한 그의 친구 임모(당시 22세)씨로부터 "사건 당일 친구가 범행에 대해 말했고 한동안 내 집에서 지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도 봤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데다가 김씨와 그의 친구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며 광주고법에서는 최씨가 불법 체포, 감금 등 가혹 행위를 당한 점, 새로운 증거가 나온 점 등을 들어 재심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에 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