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도자·시장 "현실 외면에서 공통점"
장점 아닌 공포 통해 EU 존속 유지
[뉴스핌= 이홍규 기자]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유럽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유로화를 가치에 따라 둘로 나눌 것을 주장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사진=블룸버그통신> |
17일(현지시각)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부상한 유럽의 경제와 금융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며 "유로화의 실패와 청년 실업을 둘러싼 EU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는 데도 시장은 이를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유럽 지도자들이 '공포'를 통해 EU를 존속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장 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EC) 위원장의 'EU를 떠나는 국가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는 EU가 주는 장점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포를 통해 EU를 유지하는 게 유일한 방법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옳은 방법이 아니며,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이 EU를 통해 반사 이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만일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이 형편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독일은 (학점) 'D'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EU의 운명이 단일 통화 시스템을 채택한 이후 점차 악화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과거에는 경제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통화의 평가 절하를 통해 금융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단일 통화인 유로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의 대응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EU는 의사 결정의 민주화보다 단일 통화 형성을 우선 순위에 두는 실수를 범했으며, 세력 균형을 위해 의회에 더 많은 힘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EU는 관료 국가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인다고 역설했다.
그는 유로화의 시스템 붕괴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로화를 둘로 나눌 것을 주장했다. 비슷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끼리 묶어 이른바 '작은 통화 동맹'을 결성하라는 주장이다. 스티글리츠는 "경제성장률에 따라 통화를 나누면 북부와 남부 유로화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