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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간당 100㎜ 비 내려도 든든…신월동 '빗물터널' 가보니

기사입력 : 2024년05월12일 12:00

최종수정 : 2024년05월12일 18:12

도심 지하 40m에 직경 10m, 길이 3.6㎞ 규모
신월 빗물터널로 시간당 100㎜ 집중호우 처리
강남역·광화문도 설치…사업비용 크다는 단점
경기 부천·부산 추가 논의…"수출 가능성 있어"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 10일, 서울 목동 한가운데서 휴대폰 상단에 '서비스 불가'가 떴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화와 문자 모두 되지 않았다. 시간당 100㎜의 비를 처리할 수 있는 '서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보기 위해 지하 40m 아래로 내려가서다.

지하의 기온은 서늘했고 퀘퀘한 냄새가 났다. 안전모를 쓴 머리 위로 터널 이음새 사이에서 빠져나온 지하수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장화로 갈아신고 이동하다 보면 간혹 물웅덩이가 밟혔다. 

[서울=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 10일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핵심 구역인 저류배수터널에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있다. 2024.05.12 sheep@newspim.com

◆ 빗물 처리 능력 뛰어나…경기 부천시·부산 동래구 등 다른 지자체와 중동까지 관심

흔히 '대심도 빗물터널'로 불리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도시의 깊은 지하에 빗물이 다니는 관(저류배수터널)을 설치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 유수지에 모인 빗물을 인근 하천에 흘려보내는 시설이다.

운영 원리나 시설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압도적으로 큰 규모가 특징이다. 신월 빗물터널의 경우 터널 길이가 3.6㎞, 저류배수터널 직경은 10m에 달하는 만큼 이날 현장에서는 차를 타고 터널 내부를 오갔다. 다른 차량과 소통은 무전기로 진행했다.

신월 터널은 양천구 신월동,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내린 빗물을 최대 32만㎡까지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잠실 올림픽 수영장 85개에 들어가는 물과 비슷한 양이다.

도시 곳곳에 내린 비가 하수관에 모이면, 지하 유도수문을 통해 빗물은 유입 수직구를 거쳐 저류배수터널로 모인다. 터널에 가득 찬 빗물은 유출수직구를 통해 목동 빗물펌프장 밑 유수지에 모인다. 비가 멈추면 유수지에 저장된 빗물은 펌프를 통해 바로 옆 안양천으로 빠져나간다.

방재 전문가들은 최근 홍수 피해의 가장 큰 문제가 도시침수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화에 따라 흙바닥은 물이 흡수되지 않는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집중강우가 내리면 기존 설치된 하수관로는 새롭게 늘어난 빗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시는 물에 잠기게 된다.

서울에만 빗물터널이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기 부천시와 부산 동래구에서도 추진 논의가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빗물터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인 만큼 부산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사 시기나 사업비용은 나오지 않았다. 사업 타당성 등을 검토해 예산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아랍권 대표 방송으로 카타르에 본사를 둔 알자지라 방송의 취재진도 동행했다. 건조한 사막 기후로 유명한 중동 아랍권 국가에는 1년 동안 내릴 비가 12시간만에 내리는 등 최근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비가 적게 오는 만큼 기존 배수시설이 미흡하기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빗물터널 수출 현황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아직까지 빗물터널과 관련된 수출 제안은 받지 못했다"면서도 "중동 등 전 세계적으로 여러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빗물터널도 충분히 수출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양가희 기자 = 빗물은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마지막 장소인 목동 빗물펌프장의 유수장에 모인 뒤, 비가 오지 않을 때 인근 안양천으로 빠져나간다. 사진은 지난 10일 유수장 입구를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을 바닥에서 촬영한 모습. 2024.05.12 sheep@newspim.com

◆ 도시침수의 '마지막 카드' 빗물터널…시설 규모처럼 사업비용도↑

빗물터널은 다른 하수도 정비 방법인 하수관로 확대나 지하저류조 설치가 어려운 곳에 주로 설치된다. 시설이 크고 도시 밑에서 진행하는 대공사인 만큼 빗물터널은 비싼 사업이기도 하다. 신월 터널은 국비 350억원, 시비 1030억원 총 1380억원이 들었다. 빗물터널은 설치 상황 및 비용 측면에서 모두 '마지막 처방'인 셈이다.

실제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역, 광화문 빗물터널 사업에는 각각 5386억원, 3298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같이 진행된 도림천 지하방수로 사업비는 5005억원이다.

이들 사업은 올 연말 공사를 시작해 2028년까지 준공할 계획으로, 지난 2022년 홍수기 대규모 침수피해 이후 본격적인 추진이 결정됐다. 지난 2월 입찰 공고가 무응찰 유찰로 끝나자 환경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 끝에 사업비를 1조2052억원에서 1조3689억원으로 올렸다. 3개 사업 모두 지난 3~4월에 걸쳐 3개 사업 모두 단독입찰로 최종 결정됐다.

거액이 드는 사업비용에 일각에서는 빗물터널의 다른 활용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양천구 관계자는 "요즘은 홍수기가 아니어도 큰 비가 내리는 등 시설 개방에 위험성이 따르고, 평상시 청소·관리를 진행해도 퇴적물이 일부 쌓이는 만큼 살짝 냄새가 난다"며 "조명시설을 설치해 운동할 만한 장소를 마련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는데, 서울시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40m 지하로 내려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며 "설계 업체와 추가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양가희 기자 = 목동 빗물펌프장 전경 2024.05.12 shee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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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원유·무기류 관세 철폐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29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UAE는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제유디 UAE 대외무역 특임장관이 한-UAE CEPA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 무기류 수입 관세 즉시 철폐…원유 수입 관세 3%→0% 양국 CEPA는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집중적인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0월 타결됐다. 정부는 협정문에 대한 법률 검토와 국문본 마련, 법제처 심사 등 정식 서명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진행해 왔다. UAE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4위 교역 상대국으로 손꼽힌다. 교역 규모는 2021년 113억달러에서 2022년 195억달러, 지난해 209억달러 등으로 매해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자동차·전자기기·합성수지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UAE로부터 원유·석유제품·천연가스 등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에너지와 원료를 주로 수입한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양국 국기를 든 삼광초등학교 어린이환영단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9 photo@newspim.com CEPA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상품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시장 개방 수준은 품목수를 기준으로 한국 92.5%, UAE 91.2%다. 우리 중동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는 대부분 품목이 협정문 발효 즉시 UAE 시장 내 관세가 철폐돼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압연기·금속 주조기 등 기계류 상당수는 5년 내, 자동차·부품·가전제품 등은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세도 발효 후 최장 10년 내 철폐된다. 화물·특수차 중에서는 덤프차·적재차량 등에서 상당수 즉시 철폐를 확보해 중동의 건설시장 붐에 힘입은 수출 상승이 전망된다. 이 외 의료기기·화장품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우리 주요 농수산물도 관세 철폐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이로써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을 대폭 개선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CEPA를 통해 원유 수입 관세도 철폐된다. 양국은 UAE산 원유 수입 관세를 발효 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석유화학 제품의 주 원료인 나프타 수입 관세는 5년에 걸쳐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원유 수입 관세는 3%에서 0%로, 나프타 수입 관세는 0.5%에서 0.25%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국내 물가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 온라인 게임 서비스 '최초 개방'…처음으로 국경 간 정보 이전 허용 UAE는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한국과의 CEPA에서 최초로 개방했다. 이를 통해 중동 지역으로 게임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공급하거나 관련 업체가 직접 현지에 진출할 때 우리 기업 활동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또 우리 의료 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를 허용하고, 산후조리·물리치료 서비스도 개방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이번 CEPA에서 ▲에너지·자원 ▲첨단산업 ▲순환경제 ▲시청각 서비스·공동제작 ▲스마트팜 ▲보건산업 ▲관광 ▲수송 ▲해상운송 ▲디지털경제·무역 ▲귀금속 ▲공급망 ▲경쟁 ▲바이오경제 등 신통상 의제를 포함한 14개 협력 분야를 명시했다. 특히 UAE는 다른 국가들과 기존에 체결한 CEPA와 달리 대체·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자원에 관한 협력을 포함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9 photo@newspim.com 이에 대해 산업부는 "14개 협력 분야를 명시함으로써 양국 간 미래지향적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고 풀이했다. 또 양국은 CEPA를 통해 통관과 정부 조달,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등 양국 간 무역 과정에서 적용되는 무역 규범을 개선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물품 통관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조달 협정 비가입국인 UAE와 주요 중앙정부기관의 조달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성·비차별성 원칙이 반영되도록 했다. 디지털 무역과 관련해 UAE는 자국 최초로 국경 간 정보 이전을 허용했다. 이 규정을 통해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를 국내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지재권 보호 규범을 도입해 우리 기업의 저작권·상표 침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 정부는 이날 서명된 CEPA의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이른 시일 안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양국은 CEPA 비준과 발효를 위한 자국 내 법적 절차를 완료한 후, 이를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하게 된다. 이후 한-UAE CEPA는 서면 통보 접수일 후 두 번째 달의 첫 번째 날에 발효된다. rang@newspim.com 2024-05-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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